Ⓒ Normann Copenhagen - Form Table Cafe
빨강
피, 불, 사랑과 분노의 색
빨강은 우리가 색(色)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컬러다. 빨강은 인간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빛, 가시광선 중 가장 파장이 길기 때문에 우리의 시각이 가장 잘 반응하고 쉽게 눈에 띈다. 이렇게 눈에 잘 뜨인다는 특징과 더불어, 자연 속의 빨간 물질들은 피나 불처럼 강렬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 식욕, 사랑, 섹스, 뜨거움, 정열, 분노, 광기, 공포, 그리고 경고와 금지에 이르기까지 인간 사회 속의 강렬한 여러 관념, 현상,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빨간색을 칠해왔다. 인간은 약 10만년 전부터 골수에서 추출한 지방과 붉은 황토(산화철)를 빻고 섞은 빨간색 합성 물감으로 스스로를 표현하고 장식에 활용했다. 그리고 빨강은 우리의 몸에 피가 흐르고 하늘 위 태양이 타오르는 한 앞으로도 강렬한 상징성을 품은 채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다.
Ⓒ Normann Copenhagen - Geo Series
‘빨강’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물건이 있는가? 어떤 이는 사과를, 어떤 이는 빨간 하트를 연상하거나 소방차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빨강이 인간 사회에서 품는 상징성은 크게 보면 두 가지 빨간 물질, 현상을 뿌리로 두고 있다. 바로 우리의 몸을 흐르는 피와 뜨겁게 타오르는 불이다.
Ⓒ Normann Copenhagen - Dustpan & Broom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血)가 단순히 우리의 몸을 이루는 체액일 뿐만 아니라 생명의 본질, 또는 생명 그 자체로 여겨지기도 했다. 때문에 피의 색인 빨강은 오늘날까지도 ‘생명의 색’으로 간주된다. 빨강을 생명의 색으로 보는 견해는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거나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모든 생명의 원초적인 욕구 - 식욕과 성욕(혹은 사랑의 감정)을 자극하는 컬러로도 쓰인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패스트 푸드점의 빨간 로고, 혹은 빨간 인테리어 디자인은 고객의 식욕을 자극하고자 하는 컬러 활용의 기술이며, 붉은 입술, 그리고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빨간 립스틱’은 여러 예술 작품, 미디어에서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심벌로 활용되곤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血)가 단순히 우리의 몸을 이루는 체액일 뿐만 아니라 생명의 본질, 또는 생명 그 자체로 여겨지기도 했다. 때문에 피의 색인 빨강은 오늘날까지도 ‘생명의 색’으로 간주된다. 빨강을 생명의 색으로 보는 견해는 자연스럽게 음식을 먹거나 종족을 보존하고자 하는 모든 생명의 원초적인 욕구 - 식욕과 성욕(혹은 사랑의 감정)을 자극하는 컬러로도 쓰인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패스트 푸드점의 빨간 로고, 혹은 빨간 인테리어 디자인은 고객의 식욕을 자극하고자 하는 컬러 활용의 기술이며, 붉은 입술, 그리고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빨간 립스틱’은 여러 예술 작품, 미디어에서 남성의 성욕을 자극하는 심벌로 활용되곤 한다.
Ⓒ OFFICIAL - Robert Yu - Civitas Capital Group
우리는 사회적인 통념상 빨강 계통은 뜨거운 색, 파랑 계통은 차가운 색으로 바라보며 여러 색채에 온도감을 부여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회 시스템에서 온수는 빨간색으로, 냉수는 파란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보면, ‘빨강은 뜨거운 색’이라는 인식이 인간 사회에서 얼마나 광범위한 지배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식은 모든 대륙을 통틀어 불(火)에서부터 기인했다. 한편, 이 ‘빨강은 뜨거운 색’이라는 견해와 빨간색이 가진 자극적인 특징이 맞닿아 우리는 정열, 흥분, 분노, 광기를 표현할 때에도 빨간색을 활용한다.
Ⓒ Fabien Verschaere, Red Fish, 2019, acrylic on paper, 42x29.7 cm
현대 사회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왕족, 권력자들만 빨간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우선 섬유를 염색하는 빨강 염료가 무척 비쌌으며, 제조 과정 또한 복잡했고, 그 외에도 지배층이 사회의 위계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계층에 따라 입을 수 있는 옷의 색에 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빨강은 18세기 프랑스 혁명을 기점으로 혁명, 노동자들의 단결, 나아가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색이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는 한때 빨강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된 적도 있다.
ⒸSong Ji Yoon, reddish background_oil on canvas 150x174cm 2015, Lee U Gean Gallery
Ⓒ Congy Yuan
한편, 안전색채(安全色彩, safety color)로써의 빨강은 그 우수한 시인성으로 인해 금지, 경고, 위험을 의미하는 신호에도 많이 쓰인다. 초록, 노랑, 빨강 중에 가장 눈에 잘 띄는 신호등의 빨간 신호는 차량, 보행자 모두에게 ‘정지’를 의미하며 보는 이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빨간색의 ‘출입 금지’, ‘미성년자 관람 불가’ 표지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경고, 금지를 의미한다. 같은 이유로 소방과 관련된 구조물, 설비 역시 빨간색이 근본이 된다. 사람들이 어떤 개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언어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말에는 새빨갛다, 불그죽죽하다, 벌겋다 등 빨강을 표현하는 수십 가지 형용사가 있다. 또,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터무니없는 거짓을 일컬어 ‘새빨간 거짓말’이라 한다. ‘혈기왕성하다’는 표현은 영어로 ‘red-blooded’다.
Ⓒ BD Barcelona - Dalilips
홍등가(紅燈街), Moulin Rouge(물랭 루주: 빨간 풍차를 장식한 파리의 댄스홀, 극장) 등 빨간색으로 성적인 암시를 은유하는 단어들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빨강은 강렬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컬러다. 그 존재감으로 인해 우리의 언어 속에도 빨강은 깊숙이 자리했다. 많은 학자들은 빛과 어둠, 즉 흑과 백 이후에 가장 먼저 이름 지어진 색채를 빨강으로 보고있다.
Ⓒ Daria Nepriakhina
사랑과 분노, 권력과 저항, 위험하고 매력적인 아이러니의 컬러,
빨강이다.
빨강이다.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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